존경하는 염수정 추기경님, 마르코 스프리찌 몬시뇰님, 박문수 이사장님, 일본 소피아대학 고소 이사장님 그리고 저의 취임식에 참석하신 모든 하객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부족한 제가 서강대학교를 대표하는 총장으로서 여러 구성원들의 염원에 부응할 수 있을지, 학교에 산재해 있는 난제들을 무난히 해결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됩니다.
우리나라의 대학은 냉혹한 환경에 놓여 있고 가야 할 길은 참으로 험난합니다. 진리탐구, 교육과 연구에 전념해야 할 대학들이 졸업생의 취업준비를 우선시하는 상황에 당면해서 취업훈련기관처럼 변모하고 있습니다. 대학은 오로지 평가지표 향상을 위해 전념하도록 내몰리고 있으며, 당면한 재정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연구사업의 수주에 몰두하면서 한 편으로 구조조정을 강요당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외적 성장을 위한 대학 간 경쟁은 막대한 재정투자를 해야 하는 게 현실입니다. 더욱이 앞으로 다가올 ‘학력인구 절벽시대’는 대학을 ‘태풍 앞의 촛불’ 같은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저희 서강도 이러한 현실의 흐름 속에서 벗어나기 어려웠습니다. 게다가 지난 수년간 추진해온 새로운 캠퍼스 추진사업은 학교의 발전을 함께 논의하기도 전에 학내 구성원들이 갈등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게 했습니다. 남양주 프로젝트는 산학협력의 활성화를 위한 목적으로 시작되었지만, 치밀하지 못한 준비와 무리한 사업 추진이 학내 구성원들에게 큰 혼돈과 갈등을 불러일으켰고, 깊은 상처와 아픔을 안겨주었습니다.
저는 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참으로 안타까웠고, 우리가 함께 가야 할 길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런 고민은 20 여년 봉직한 서강 교수진의 일원으로서, 그리고 서강의 창립 수도회인 예수회의 일원으로서 대학이 처한 현실에 대해 깊은 책임감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무엇보다도 먼저 서강 구성원 모두와 서강을 사랑하는 동문들에게 이 과정에서 불거진 모든 불미스런 상황에 대해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하며 죄송한 마음을 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제 저는 총장으로서 서강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 서강 공동체 구성원들의 화합과 일치의 근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거대한 태풍은 지상에 많은 상처를 주지만 바다는 정화의 계기를 마련해준다고 합니다. 우리가 겪었던 갈등과 아픔은 서로에게 새로운 분발의 계기로 대체되고, 대학의 본분과 사명을 고민하는 반면교사(反面敎師)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우리가 걸어온 지난 세월은 서강이 참으로 가진 것이 많은 대학임을 알게 해줍니다. 서강은 처음부터 ‘친밀한 학문 공동체’로 성장해 왔으며, 서강의 전인교육은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인재 양성에 힘을 쏟았습니다. 서강은 수월성 있는 교육과 연구, 그리고 국제화된 교육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 왔습니다. 서강의 역사는 470년 전통의 예수회 교육이념과 전 세계 예수회 대학의 네트워크를 활용한 선진교육 시스템의 토대 위에 이룩된 것이며, 한국 대학사회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 왔습니다. ‘서강 학파’라는 명칭과 자랑스러운 명예교수님들과 동문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서강의 진취적이며 내실 있는 교육은 상대적으로 작은 대학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지난 50여 년간 한국 대학교육의 모델을 제시하며 ‘혁신의 상징’으로 불려왔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저는 서강이 걸어온 길, ‘서강다움’을 찾아 가는 길이 바로 우리가 가야할 미래라고 생각합니다. 서강의 교육 시스템을 혁신함으로써 여러 난관에 직면한 한국 사회에 다시금 새로운 대학교육 모델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저는 서강의 총장으로서, 무엇보다 미래의 희망인 창의적인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의 대표로 자리매김하고 싶습니다. 서강 교육의 질적 성장뿐만 아니라, 구성원들의 복지를 향상시켜 행복한 공동체를 만드는데 역점을 두겠습니다. 서강 구성원 모두가 행복하게 연구하고 공부하며, 일할 수 있는 학교로 서강을 변화시키겠습니다. 교수님들이 편안하게 연구하고 교육하는 학교, 학생들이 자유롭게 공부에 전념할 수 있는 학교, 직원 선생님들이 신나게 일할 수 있는 학교로 만들고 싶습니다. 지난 세월 우리의 과제였던 양적 성장을 뒤로 하고, 하루 종일 강의실과 도서관, 체육관과 동아리에서 행복하게 지낼 수 있도록 시설들을 꾸준히 개선해 나갈 것입니다. 특히 교수님들의 교육과 연구는 물론 학생들의 공부를 위해 로욜라 도서관 개선에 특별한 관심을 가질 것입니다.
이는 앞으로 다가올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합하는 고등교육 시스템의 마련과 학제간 융합교육을 전면적으로 실시하기 위한 첫 걸음이기도 합니다.
서강의 가장 중요한 자산인 학문적 수월성을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 교수님들의 교육과 연구역량을 제고하는데 도움이 될 방안을 강구할 것입니다. 일률적인 정량 위주의 평가시스템을 개선하고, 질적으로 우수한 연구 지원 제도를 도입할 것입니다. 학생들은 지성⋅인성⋅영성의 전인교육으로 도움을 받아 성숙한 인격체로 성장할 토대를 제공받게 될 것입니다. 서강대학의 학생들은 교육목표인 이웃에게 봉사하는 인재로 태어날 것이며, 전인교육원의 확대 개편은 그것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될 것입니다. 또한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창의적 융합교육의 활성화를 위해 융합기초교육원을 신설하고, 학과 간의 벽을 허물며 학문간 교류의 활성화를 적극 지원할 것입니다.
이 시대가 당면한 제4차 산업혁명의 도래는 우리에게 큰 도전이기도 하지만 기회이기도 합니다. 혁신적인 교육을 통한 창의적인 인재 양성만이 이 거대한 파도를 이겨낼 길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최근 교육부는 새로운 대학교육제도의 발전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이에 근거하여 서강은 교양과정과 전공과정이 융합된 새로운 학·석사 연계과정을 준비하고 실행하게 될 것입니다.
급속한 발전을 이뤄온 대학 사회가 겪는 어려움 중 하나가 재화와 시설의 한계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는 가용한 재화와 시설을 효율적으로 이용하여 활용도를 극대화할 것입니다. 급변하는 시대에 맞는 신축적이고 효율적인 행정조직뿐만 아니라 교육과 연구 그리고 복지를 지원하는 안정적인 재정을 마련하겠습니다. 또한 공간과 시설에 대한 공유화 개념을 도입하여 효율적인 유휴 공간의 재배치를 통해 모든 건물에 휴식공간을 마련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제까지 지속되어온 서강과 기업의 협력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선도적 공동과제를 수행할 수 있도록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하겠습니다. 대학과 기업이 상생하는 길을 찾으면서 대학이 본연의 모습을 잃지 않고 교육과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겠습니다.
미래 사회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는 인재의 양성은 서강이 처음부터 잊지 않고 추구해 온 길입니다. 서강은 공동체 의식을 고취하고 대학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역할을 재정립함으로써 대학이 본연의 모습을 찾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전임총장님들, 교수님들, 직원 선생님들, 학생들과 동문 여러분, 그리고 학부모님들께서 보여주신 서강 발전을 위한 아낌없는 애정과 성원에 머리 숙여 깊이 감사드리며, 새로운 시대에 새롭게 도약을 준비하는 서강의 새로운 여정에 함께 해 줄 것을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7년 3월 3일
서강대학교 총장 박 종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