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14학번 정치외교학과에 재학중인 최유진 효주아녜스 입니다 저는 지난 여름에 다녀온 세계청년대회에서의 경험, 그리고 항상 저를 인도해주시는 하느님에 대해 나눠보고자 합니다. 먼저 혹시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세계청년대회와 마지스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세계청년대회는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전세계 가톨릭 청년들이 모이는 행사로 올해에는 폴란드 크라쿠프라는 도시에서 열렸습니다. 보통 교구단위로 참가하기 때문에 본대회를 전후로 교구대회가 열리는 식으로 진행이 됩니다. 저는 교구가 아닌 예수회를 통해 다녀왔는데요. 본대회 전 교구대회처럼 예수회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마지스‘라고 부릅니다. 사실 마지스를 신청하게 된 계기는 단순히 교황님을 뵙고 싶어서였습니다. 14년도에 학교에서 교황님을 뵐 수 있었는데 아쉽게 기회를 놓쳤고 정말 단순히 내가 이때아니면 언제 폴란드를 가보고 교황님을 보겠나라는 마음으로 신청했던 것 같습니다. 이후 마지스 준비모임을 해나가면서 그 마음은 점차 신앙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고 싶다라는 마음으로 변화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가기 직전엔 신앙생활에 많이 소홀해져있었고 전세계적으로 일어나는 테러와 무고한 사람들의 희생, 신앙인으로서 이해할수 없는 현상들을 보며 하느님의 존재에 대한 회의를 느꼈습니다. 제겐 신앙에 대한 확신이 필요했고 특히 하느님이 계심을 직접 체험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마지스가 이러한 제 고민들을 해결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폴란드로 향했습니다. 먼저 마지스를 통해 하느님은 다양한 모습으로 제게 당신을 보이셨습니다. 가시적으로는 교황님과 함께한 개막미사때 비가 오는 궂은 날씨 속에서 비를 멈추고 제대를 환하게 비추는 한줄기 빛으로 나타나기도 하셨고, 찬양시간 도중 비가 그치고 쌍무지개가 뜨기도 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여러 사람들의 마음을 통해서도 당신을 드러내 보이셨습니다. 마지스에 가서 여러 나라에서 온 체험조원들과 매일 나눔 시간을 가졌는데 각자의 나눔 속에서 서로 다른 하느님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같은 체험을 하고 있는 중에도 하느님께서는 각자의 마음속에서 누군가에게는 소명을 제시하시고, 누군가에게는 가족에 대한 사랑을 일깨워주시고, 또 누군가에게는 신앙인으로서의 길을 제시해주기도 하셨습니다. 다른 사람들을 통해 만난 하느님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하느님은 ‘감사의 하느님’입니다. 저 개인적으로 체험 중에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언어였습니다. 국제적인 행사라 모든 프로그램과 나눔이 영어로 진행됨은 물론, 제가 속해있는 체험조 활동마저 관광객들에게 성당에 대해 소개하는 프로그램이었기에 그 부담감은 더더욱 크게 다가왔습니다. 언어로 고전하고 있는 한국친구들을 챙겨주고 친절히 대해주던 영국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의 나눔에는 항상 감사가 들어있었습니다. 제게 주어진 시련과 어려움에 불만을 갖고 내심 하느님을 원망하던 제 자신이 부끄럽게도 그 친구는 매일 매일 사소한 일에 감사함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성당에 대해 배운 내용을 열심히 암기하던 저와 달리 성당의 모습과 조형물 하나하나에 경이로움을 느끼며 감사를 표현하기도 하고 현재 주어진 환경에 감사를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영국 친구의 나눔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은 바로 ‘모국어’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다양한 국가, 그 중에서도 비영어권에서 온 사람들이 자신의 모국어를 사용하며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 감사를 느끼고, 힘들고 서툴지만 자신의 모국어로 나눔에 함께함에 감사를 느낀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친구의 말에 지쳐있던 저는 많은 힘과 용기를 얻었고 불만으로 가득찼던 제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마지스에서 제가 만난 또 다른 하느님은 ‘하나’의 하느님이었습니다(뭐라 표현해야할지 잘 모르겠지만). 서로 사는 곳과 생긴 모습, 언어는 모두 다르지만 같은 하느님이라는 매개로 한 자리에 함께 한다는 것, 그리고 서로의 감정과 생각을 공유한다는 것이 하느님이 마련해놓으신 선물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단순히 같은 신앙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지구 반대편에서 온 동양인 여학생들을 친손녀처럼 대해주시고 챙겨주시던 폴란드 홈스테이 할머니에게서 저는 하느님을 보았습니다. 비록 말이 통하지 않았어도 할머님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고 어떻게 보면 ‘맹목적’이라고 할 수 있는 할머니의 사랑을 통해 하느님의 사랑 또한 이렇지 않을까하고 생각해보았습니다. 이렇게 폴란드에서 다양한 하느님을 만나고 돌아왔고 그 이후로도 하느님께서는 끊임없이 제게 당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제가 지속적으로 하느님을 찾을 수 있게 인도해주고 계십니다. 친구들과 우스갯소리로 교목처 일을 많이 한다라고 말하긴 하지만 결국 제가 다 원해서 하는 일이기도 하고 또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일인 것 같기도 합니다. 폴란드에서 돌아와서 청년성서모임 부대표봉사자를 맡게 되었고, 단장으로서의 임기는 끝났지만 복사단 활동도 조금씩 하게 되었고, 새내기 어울림에 스탭으로도 참여 하게 되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서서 평신도 강론을 하게 된 것도 모두 하느님의 뜻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직 많이 부족하고 또 부끄럽지만 발바닥 신자였던 저를 지금 이 자리까지 이끌어주시고, 인생에 다신 없을 특별한 경험을 선물해주신 주님께 감사드리며 제가 항상 필통 속에 넣고 다니는 시편 구절로 제 나눔을 마무리 하겠습니다. “네 근심을 주님께 맡겨라. 그분께서 너를 붙들어 주시리라”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