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5.29 성령강림 대축일 미사 강론(김우선 신부)

Do this in memory of me
오래 전 미국에서 신학을 공부할 때 기억에 남는 수업. Do this in memory of me (루22:19; 1고린11:24-25). 여기에서 this 가 무엇을 가리키는가? 이는 최후의 만찬에서 예수님이 하신 말씀. 그런데 미사경본에서 무어라고 번역하고 있습니까? 지금 한국어 번역은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인데, 신학공부할 당시 옛 번역에는 “너희는 이 예식을 거행함으로써 나를 기억하라”고 했습니다. 이 번역의 차이는 this 를 무엇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해석의 차이를 보여주는 것.
1) 예식, 즉 성찬예식으로 볼 수 있고 2) 구약 역사에서 빠스카 만찬이나 최후의 만찬의 맥락에서 보다 근본적으로 빠스카신비, 즉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과 승천이란 구원사건을 통틀어 지칭 한국어 번역: “너희는 이 예식을 거행함으로써 나를 기억하라” ?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여기에서 또 중요한 단어는 기억(anamenesis)! 신학에서 기억한다는 것은 단지 과거 사건을 기억하는 수동적인 과정이 아니라, 기억함으로써 현재도 진행되고 있는 빠스카신비에 그리스도인이 실제로 참여하는 것. 이는 경문에 시제의 변화로 잘 나와있습니다. 조금 후에 성찬기도문을 듣다 보면 시제의 변화가 있다. “예수께서는 잡히시던 날 밤에 …” 과거형으로 말하다가,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 먹어라…” 하고 예수님 말씀하시는 부분에서는 (주례사제의 목소리와 톤도 바뀌면서) 현재형으로 바뀐다. 우리는 빵과 포도주를 두고 과거 사건을 상징적으로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함께 하시는 빠스카 신비에 실제 참여하고 있기에 그런 것.

거룩한 변화
그러면 미사에서 성체와 성혈이라는 거룩한 변화(즉 real presence)는 왜 중요한가? 즉 우리 신앙생활에 어떤 함의를 가지는 것인가? 이는 단지 빵과 포도주는 상징이라는 개신교 신학과 구분 짓는 의미만 있는 것 아니다. 이 거룩한 변화를 통해 주님이 실제 현존한다는 것은, 우리도 역시 변화시켜 주님이 우리 안에 현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즉 우리가 성체와 성혈이 되어 다른 사람에게 먹힐 수 있게 해준다.
거룩한 변화는 신앙인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를 보여주는 보증이고 희망. 빵과 포도주를 주님의 몸과 피로 바꾸시는 하느님은, 심약하고 죄인인 너와 나도 변화시켜 거룩한 사람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이 성체성사를 통해서 우리에게 보증하는 것. 빵과 포도주를 변화시킬 수 있는 하느님을 믿는다는 것은, 우리가 변화될 수 있음을 희망하는 것.

성령의 능력으로
어떻게 가능합니까? 우리 삶을 보게 되면, 우리는 심약하고, 작심삼일하고, 고백성사하고 노력해도 잘 바뀌지 않는 나쁜 습관들에 ‘노예’처럼 살고 있는데 변화가 가능한가? 성찬의 전례는 우리를 일깨운다. 그게 가능하다. 성령의 능력으로!

미사경문 중 성찬의 전례 기도하며, “성령의 능력으로 이 예물을 거룩하게 하시어, 우리가 받자올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가 되게 하소서” 성령의 은총을 청한다. 이 청원에는 단지 빵과 포도주의 변모에 대한 청원만 있겠는가? 아니다. 바로 우리 개개인과 공동체 또한 성령의 능력으로 거룩하게 되기를 청하는 것. 우리는 비록 작심삼일하고, 고백성사하고 노력해도 잘 바뀌지 않아 실망한다 해도, 우리가 새 사람 될 수 있는 것은, 너와 나의 선한 의지만으로 가능하지 않지만, 바로 성령의 능력으로 가능하다고 고백하는 것이고 그것을 청하는 것.
그래서 미사 중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응답 중 하나가 “주님을 모시기에 합당치 않사오나 한 말씀만 하소서. 제가 곧 나으리이다”이다.

결론적으로 바꾸는 분은 삼위일체 하느님, 바뀌는 대상은 빵과 포도주, 그리고 우리들. 우리에게 요청되는 것은 하느님 은총에 마음과 존재를 개방. “주님을 모시기에 합당치 않사오나…”

Exhortation
오늘도 우리는 약하고 부수어진 영혼으로 모였지만,
우리 가족과 공동체는 갈등 겪고
때로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방향감각, 비전을 잃기도 하지만,
심지어 신앙인이나 교회도 그리스도의 감각을 잃고 세상에 속한 사람이나 단체처럼 똑같이 세속적으로 행동하기도 하지만
우리는 여기 함께 모여 그리스도의 빠스카 신비를 기억하며 성찬을 거행한다.
우리에게 맡기신 소명을 완수하기까지, 하느님 나라가 완성될 때까지
주님께서 다시 오실 때까지, 우리는 이 성찬을 거행하며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굳세게 선포하고
이 정신으로 세상 한복판에서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