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 개교 56주년을 자축하면서, 이 자리에 함께 해주신 서강가족 여러분들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서강이 이 세상에 태어난 생일을 기념하는 뜻 깊은 오늘, 저는 서강을 이 땅에 세우신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잠시 함께 생각해보았으면 합니다.
오늘 요한복음 10장에서는, “나는 양들의 문이다. 누구든지 나를 통하여 들어오면 구원을 받고, 또 드나들며 풀밭을 찾아 얻을 것이다. ... 나는 양들이 생명을 얻고 또 얻어 넘치게 하려고 왔다.” 라고 말씀하십니다. 서강이 56년전 1960년에 이 땅에 세워지면서 내세운 모토는 바로, ‘진리에 순종하라(Obedire Veritati)’입니다. 그것은 바로 진리 전파의 깊은 사명을 모든 서강인들이 함께 공유하고 있어야함을 뜻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서강은 학생들을 ‘진리에 순종하는 사람들’로 길러내기 위해, 진리의 문을 열어주는 충실한 문지기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를 자문해 보아야만 할 것입니다. 오늘의 복음 말씀처럼, 양들을 구원하여 생명을 주시고자 양들의 문이 되어주시고, 양들을 진리의 길로 이끌기 위해서 스스로 십자가를 지시고 죽음의 길로 나아가시는 그리스도의 모습처럼, 서강의 교수님들과 직원선생님들은 진정한 사랑과 희생의 정신으로 학생들을 돌보고 가르치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어야만 하지 않겠습니까?
2000여년 전, 하느님께서 인류를 구원하시고자 예수님을 보내실 때 선택하신 장소는, 예루살렘에서 멀리 떨어진 작은 마을 베들레헴의 초라한 마구간이었습니다. 가장 낮은 곳, 소외된 곳에 예수님을 보내시어 희망이 샘솟게 하시고, 그곳을 가장 거룩한 장소로 바꾸어주신 하느님의 뜻을,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변방으로 가라’(복음의 기쁨, 20항)라는 표현을 통해 우리를 일깨우십니다. 56년 전, 1960년의 한국은 전쟁의 상흔과 정치적 혼란 속에서 절망하고 있던 변방중의 변방이었습니다. 하지만, 조용한 사막이 아니라 혼란한 세상 속으로 투신하려는 ‘이냐시오 영성’으로 무장된 예수회 신부님들에게 이러한 상황은, 바로 복음의 빛으로 진리를 따르기 위한 바람직한 곳이었습니다.
그들은 이 땅에서 제대로 된 고등교육을 통해 한국을 다시 일어서게 하고, 나아가 인류 공동체의 발전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지도자를 양성하기 위한 희망을 보았습니다. 초창기의 서강은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통해 우리나라 대학교육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며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진정한 의미의 국제화된 대학, 제대로 된 인성교육을 통해서 서강은 그동안 진리를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습니다. 서강의 학생들은 유능하면서도 인간에 대한 연민을 지니고 지성과 인성, 그리고 영성을 통합한 ‘사람을 살리는 참 사람’으로 성장해 왔습니다.
하늘의 뜻, 진리를 안다는 지천명(知天命)의 나이를 지나온 서강은 이제 그 동안 성숙된 진리를 전파하기 위한 사명을 새롭게 되새겨야만 합니다. 공생활 기간 동안 겪으신 시험과 수난으로 보다 강하게 숙성된 진리를 통해 예수님께서는, 진리는 사유가 아니라 공유이며 실천이라는 점을 일러주셨습니다. 그리고 제자들에게,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마태 20:19-20)는 사명을 주셨습니다.
서강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사명에는 하느님의 역사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예수회 신부님들은 진리를 전파하라는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기 위해 변방으로 나아갔고(Move out of your comfort zone), 서강이라는 토대를 이 땅에 세웠으며(Establish the grounds), 서강은 56년간 진리에 순종해 왔습니다(Search for the truth). 이제 서강은 진리를 공유하고 실천하기 위한 사명을 지니고, 학생들이 진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며(Help students to search for the truth), 진리의 문을 활짝 열어주는 충실한 문지기가 되어야만 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생명의 문을 열어주셨듯이, 우리 또한 이웃들에게 우리의 마음을 열어주는 새로운 관계의 시작이 되기를 기도드립니다.
양들이 진리의 소리를 알아듣고, 진리의 문을 향해 다가올 수 있도록 우리는 늘 깨어 자각하고 자신을 성찰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예수회 총원장이신 아돌프 니꼴라스 신부님의 당부처럼, 진정한 서강공동체를 이루어 나가야만 합니다. 왜냐하면, 진리는 바로 제대로 된 공동체 안에서만 숙성되어 가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는 서강의 56번째 생일을 맞이하면서, 하느님께서 모든 ‘서강가족’을 축복해 주시어 서강이 사랑과 희생이 살아 숨 쉬는 진정한 ‘공동체’를 이루어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이 미사 중에 함께 청하도록 합시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