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04. 03 부활 제 2주일 미사강론(김용해 신부)

오늘 요한복음의 에피소드는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지 3일 후, 주간 첫날 저녁과 그로부터 8일째 되는 날에 부활하신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발현한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에피소드 이전에는 빈 무덤 사건과 막달라 여자 마리아에게 발현한 이야기가 있었지요. 막달라 마리아에게 나타날 때는 매우 개인적이고 극적인 만남이었습니다. 처음엔 그녀가 알아보지 못하고 동산지기인줄 알았는데, “마리아야”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곧 “라뿌니”라는 걸 인식하고 주님께 놀라워하며 엎드렸지요. 오늘 들은 복음의 첫 단락은 부활 첫날 저녁의 발현은 문을 잠가 놓고 두려워 떠는 제자 공동체에 일어난 사건입니다. 이날 제자들은 하루 종일 분주하게 뛰어다녔지요. 주님의 빈 무덤을 보고받고 뛰어가 확인하였습니다. 한참 후에 막달레나가 부활하신 주님을 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여전히 반신반의한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다시 저녁이 되자 스승을 죽인 유대인들이 두려워 문을 잠그고 모여 있었던 것입니다.

예수님은 살아계실 때나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후에서나 제자들을 돌보고 사랑하시는 모습은 한결같습니다. 살아계실 때 갈릴레이 호수에서 바람과 파도의 공포에 싸인 제자들을 해방하신 것처럼 이제 부활하신 후에도 제자들을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서, 심리적 상처로 인한 미움과 불안에서, 그리고 타인에 대한 불신에서 해방시키십니다. 오늘 복음은 부활하신 주님이 세 차례나 제자들에게 “평화가 너희와 함께!”라는 인사하는 장면을 보여줍니다. 저는 예수님의 세 차례의 평화기원 인사를 예수님의 세 종류의 자비의 선물로 해석해 보고 싶습니다.

첫 번째의 선물은 유다인들이 무서워 문을 잠가 놓고 있는 제자들의 한 가운데에서 하신 인사입니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 이 말씀과 함께 자신의 십자가의 상처를 보여주십니다. 두 손의 못자국과 옆구리의 창 자국은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기억하게 하지만 그 몸이 이제 부활하신 불사불멸의 몸으로 제자들 앞에 섰습니다. 제자들은 주님을 알아보고 기뻐했습니다. 죽임의 위협과 죽음에 대한 불안은 이제 제자들에게도 더 이상 두려움의 대상이 될 수 없을 것입니다.

두 번째의 선물은 자신의 숨, 즉 성령을 불어넣어주시며 “평화가 너희와 함께!”라는 선포입니다. 제자들을 두렵게 만드는 근원은 주님을 죽인 유대인 지도자들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 그리고 깊은 상처이지요. 부활하신 주님은 “너희가 용서해 주면 그들이 용서 받을 것”이라고 격려하시면서 용서할 수 있는 힘, 화해할 수 있는 능력을 선사합니다. 주님을 죽음으로 이끈 사람들뿐 아니라 제자들의 트라우마의 원인인 사람들에게도 이제 제자들은 하느님의 자비와 관대함으로 용서를 할 것입니다.

세 번째의 선물은 다른 제자들의 체험을 불신하고 자기 손가락과 손으로 실증하기 전에는 부활을 믿지 않겠다는 토마스와 함께 주어집니다. 불신으로 공동체가 하나가 되지 못하거나 삶에서 하느님의 현존이 의심스러울 때에도 부활하신 그리스도는 “평화가 너희와 함께!”라는 인사와 함께 손가락을 상처에 넣어 보도록 허락합니다. 한 제자의 고집스런 불신은 오히려 더 깊은 신앙인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이끌어 줍니다. 토마스는 어느 복음에서도 듣지 못한 신앙고백을 최초로 하게 되지요.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 예수님을 하느님의 어린양, 하느님의 아들,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라는 표현은 있었지만 예수님을 “저의 하느님”이라 부른 경우는 의심 많은 토마스가 최초이지요.

세 번의 부활하신 주님의 평화를 비는 인사와 함께 제자들은 세 가지 선물, 두려움으로부터 해방, 용서할 수 있는 자유, 의심을 통한 신앙의 성숙을 얻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부활하신 주님이 주고자 한 평화의 세 가지 요소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주님이 주시는 평화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서 해방되고, 내게 잘못한 죄인들을 용서하는 자비와 관대함이 기초하고 있으며, 더 이상 한 점 의심도 없이 보지 않고서도 믿을 수 있는 큰 믿음으로 인도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부활하신 주님께서 세 번이나 “평화”를 빌어주며 제자들에게 영적 선물을 주신 것처럼 우리들에게도 똑같이, 두려움에서 해방을, 용서할 수 있는 자비심을, 하느님께 대한 온전한 인격적 신앙을 주십니다. 세상이 약속하는 평화는 기껏해야 전쟁과 테러가 없는 평온을 말합니다. 그러나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은 그리스도인들의 평화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어선 자유, 용서와 화해가 이루어져 정의와 자비가 넘치는 나라, 하느님 아버지를 아빠, 아버지로 부르는 인격적 일치를 의미합니다.

오늘 신앙에 입문하시는 예비신자 여러분,
여러분은 가톨릭의 전통교리를 배우고 미사 등 전례를 익힌 후에 세례를 받게 됩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능력으로 받게 되는 세례를 통하여 여러분은 인간성 이상의 존재가 될 것입니다. 하느님 당신의 모습으로 창조된 본래의 존재성을 회복하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평화를 얻어 의로운 사람이 되고, 각자 특별한 사명과 뜻을 헤아리는 자녀가 되어 하늘나라를 건설하는 주인공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성찬식에서도 평화의 인사를 서로 나눕니다. 우리가 나누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가 아니라, 부활하신 주님의 평화, 자유와 자비와 인격적 일치의 평화임을 자각하여 온 마음을 다해 나누도록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