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2.21 사순 제 2주일 미사강론(김도현 신부)



찬미 예수님, 오늘은 사순 제 2주일입니다.
이 사순 제 2주일의 복음은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 사건을 항상 낭독하게 됩니다.
오늘의 이 복음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그때에 예수님께서 베드로와 요한과 야고보를 데리고 기도하시러 산에 오르셨다. 예수님께서 기도하시는데, 그 얼굴 모습이 달라지고 의복은 하얗게 번쩍였다.”
이 동일한 거룩한 변모 사건에 대해 마르코 복음은 이렇게 묘사합니다:
“그분의 옷은 이 세상 어떤 마전장이도 그토록 하얗게 할 수 없을 만큼 새하얗게 빛났다.”
이렇듯이 예수님은 평소의 일반적인 모습, 사람으로서의 모습과는 달리 이 순간에는 예외적으로 새하얗게 빛나는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장면을 직접 목격한 세명의 제자들 중의 한명인 사도 요한은 아마도 이 장면에 큰 인상을 받았나 봅니다.
그는 이 사건을 목격하고 한참 후에 소위 요한 복음이라고 불리는 복음서를 작성하는데요 이 복음서의 서문에 이런 글을 남깁니다:

“한처음에 말씀이 계셨다.
말씀은 하느님과 함께 계셨는데 말씀은 하느님이셨다.
그분 안에 생명이 있었으니 그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었다.
그 빛이 어둠 속에서 비치고 있지만 어둠은 그를 깨닫지 못하였다.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빛’이 세상에 왔다.”

요한은 예수님께서 거룩하게 변모하신 그 모습, 특히 이 세상 어떤 마전장이도 그토록 하얗게 할 수 없을 만큼 새하얗게 빛난 그분의 옷과 그분의 빛나는 얼굴에 큰 인상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스승이신 예수님을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빛’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이 빛, 새하얗게 빛나는 그 빛은 바로 하느님의 중요한 본성 중의 하나입니다. 구약과 신약성서에서 하느님의 모습을 묘사할 때 반드시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표현이 바로 ‘빛이 난다’는 표현입니다.
반대로 하느님과 반대되는 존재인 사탄과 마귀들을 표현할 때는 어둡고 음침한 모습으로 표현하는 것이 교회의 오래된 전통입니다.
그래서 예수께서 거룩한 변모 사건을 통해 스스로 빛나시는 이 장면은 예수님의 신성을 스스로 드러내시는 사건으로 우리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한국 사회에서 얼굴이 하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사회적으로 더 대우를 받는 경향이 있습니다.
심지어 제가 신학을 공부했던 필리핀의 경우도 얼굴이 까만 원주민들보다 혼혈로 인해 얼굴이 상대적으로 흰 사람들이 훨씬 사회적으로 대접을 받는 편입니다.
그러다보니 얼굴을 하얗게 만드는 미백 산업이 전세계적으로 크게 번창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김현직 수사님이나 저처럼 원래 얼굴이 흰 사람들은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그런데 이렇게 피부가 희다고 해도 그것은 우리의 내면으로부터 나오는 빛으로 인해 흰 것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우리의 피부는 아무리 두껍다 하더라도 몇 mm가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만일 우리 피부의 표면 1mm만 벗겨낸다고 한다면 우리는 그저 고깃덩어리처럼 보일 것입니다.
우리가 그토록 중요하게 여기는 그 잘생김, 이쁨이라는 것이 그저 1mm 두께의 피부 표면에 달려있다고 생각하면 참 씁쓸해집니다.
그 1mm 두께의 피부를 하얗게 만드느라 우리는 BB크림도 바르고 물광도 하도 피부과도 다니지만 그렇게 해서 만든 흰 얼굴은 예수님께서 거룩한 변모를 통해 드러내신 참빛을 내뿜는 얼굴과는 질적으로 엄연히 차이가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기도를 많이 한 수도자들과 수행을 많이 한 스님들의 얼굴이 얼마나 맑고 깨끗한지를 경험적으로 압니다.
피정을 다녀온 수사님이나 수녀님에게 우리는 얼굴에서 빛이 난다고 덕담을 합니다.
바로 그때 얼굴에서 나오는 그 빛이야말로 하느님과의 만남으로부터 얻어진 신성의 빛인 것입니다.
우리의 얼굴이 그 신성의 빛, 거룩하게 변모하신 예수님의 참빛을 내뿜을 때 우리는 비로소 하느님의 신성을 부여받은 참된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입니다.
이 신성의 빛, 예수님의 참빛은 기도 안에 충분히 머무른 이들과 하느님의 뜻을 찾아 열심히 그 길을 가려고 애쓰는 자녀들에게 주어지는 하느님의 특별한 선물인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성부 하느님의 뜻에 맞게 세상에 파견되어 아버지의 뜻을 따라 충실히 살아온 분이기 때문에 거룩한 변모라는 특별한 경험을 하시게 된 것입니다.
우리 역시도 충실히 기도하고 일상의 삶 안에서 하느님의 뜻을 충실히 따르면서 살아 간다면 BB크림이나 물광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빛을 자연스럽게 내뿜게 될 것입니다.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 모두 점점 얼굴에서 참빛이 솟아나는 참된 그리스도인으로서 충실히 살아가시게 되기를 바랍니다. 아멘!